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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올린 집주인, 이사비 줘야” 임대료 급등에 시름

HawaiiMoa 0 359 2021.10.10 20:09


‘임대료 인상 시 180일 전 통지’ ‘10% 이상 인상하려면 3개월 치 월세 이사비 지원’

최근 미국 워싱턴주(州) 시애틀 시의회가 임차인 보호를 위해 추진한 법안이다. 월세 100만 원을 110만 원으로 인상하려는 집주인은 세입자 이주 지원비로 300만 원을 내야 하고, 시는 이를 퇴거하는 세입자에게 지급한다. 집주인은 최소 6개월 전 인상 금액을 알리도록 해, 세입자 선택권을 높였다. 이전에는 60일 전에만 통지하면 됐다.

지지자들은 이 법안이 임대료 인상을 감당할 수 없어 이사를 해야 하는 이른바 ‘경제적 퇴거’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시애틀에서는 월세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한국처럼 집주인들 반발은 거셌다. 워싱턴임대주택협회와 다가구주택협회는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주택을 더 비싸게 만든 나쁜 아이디어”라고 비판했다. 법안을 주도한 크샤마 사완트 시의원은 주민소환투표 대상까지 됐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의회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시애틀은 미국 내에서도 월세가 비싼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상승 추세가 멈추지 않고 있어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10일(현지시간) 주택 임대 플랫폼업체 줌퍼에 따르면 시애틀의 원 베드룸 임대료 평균은 현재 1690달러로, 미국 100대 대도시 중 13위 수준이다.
 

미 전역서 월세 폭등 


시애틀만의 문제는 아니다. 시애틀의 임대료 상승폭(전년 대비 2.5%)은 다른 지역에 비하면 높은 편도 아니다. 주거비가 가장 비싼 뉴욕은 원 베드룸 월세 평균이 2950달러로, 지난해 대비 13.5% 폭등했다. 5위인 워싱턴 DC도 2210달러로 11.1%가 올랐다.

월세 상승은 전국적 현상이다. 애리조나주 길버트는 원 베드룸 월세 평균이 1660달러로 전년 대비 24.8% 치솟으며 임대료 상승률 1위 도시로 등극했다. 스코츠데일(1850달러·23.8%), 글렌데일(1130달러·22.8%), 피닉스(1260달러·22.3%) 등 애리조나주 주요 지역 대부분이 월세 상승 상위권 도시에 이름을 올렸다. 텍사스주 플라노(1370달러·21.2%), 아이다호주 보이즈(1380달러·20%),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1320달러·20%) 역시 전년 대비 월세가 크게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입자가 ‘스티커 쇼크’에 직면했다고 했다. 스티커 쇼크란 예상을 넘어선 비싼 가격으로 소비자가 받는 충격을 뜻한다. 이사하려고 매물을 검색했다가 너무 오른 가격에 절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악시오스는 최근 미국 부동산 상황에 대해 “저렴하게 임대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표현했다.

실물 거래를 다루는 부동산업체 분석 수치는 좀 더 심각하다. 미국 최대 임대주택 플랫폼인 드웰시는 올해 임대료 평균이 지난해 대비 9.6%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정보회사 렌트카페 역시 지난 상반기 임대료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고 밝혔다. 임대료 증가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질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9월 임대료 평균은 전달 대비 200달러(11.5%)가량 올랐다.
 

집값 상승이 끌어올린 임대료 


임대료 상승을 견인한 건 집값 상승이다. 월세보다 먼저 매매가가 뛰었다는 의미다. 부동산중개업체 레드핀은 지난 6월 미국 전체 주택가격 평균이 38만6888달러로 전년 대비 24.8%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연간 주택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이미 전년 대비 두 자릿수에 달할 정도로 가팔랐고, 올 1분기에는 상승폭 최대치를 기록하며 위험수위까지 도달했다.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주택 구매 수요를 늘린 탓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노동력 부족이 동시에 나타나 신규 주택 공급은 줄었고, 이는 기존 주택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했다.

매매가격 상승의 충격이 시차를 두고 임대 시장으로 이동했다. 게다가 주택 매매 시장에서 밀려난 계층과 신규 가구층은 임대 매물 수요를 키우고 있다. 렌트카페는 “임대료를 가장 많이 올린 두 그룹은 Z세대와 고소득 밀레니얼 세대”라고 분석했다. 드웰시 공동설립자인 조나스 보르도 CEO는 “가구 증가 등 다양한 요인으로 수요가 높지만, 공급은 제한되고 있다”고 했다.

집값은 지금도 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택 매매 체결 가격이 감정가보다 높아 거래가 무산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택 구매자는 웃돈을 주고 입찰해야 할 만큼 매물 구하기가 어려운 데 감정가는 이런 실거래 상승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정가가 실거래가보다 낮아지면서 구매자의 모기지 대출 한도가 줄어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구조다.

매매시장이 진정돼야 임대시장도 안정을 찾는데, 단기간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아파트협회(NAA) 로버트 피네거 회장은 “내년 여름에서 겨울까지 임대료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 자극 우려 


충격은 서민들에게 즉각 전달된다. 아파트먼트 리스트 경제분석가 크리스토퍼 살비아티는 “미국 100대 대도시 지역은 지난 5개월 동안 전월 대비 임대료 상승을 보였다”며 “(그 결과) 저소득 도시 거주자들이 특히 위험에 처했고, 일부는 노숙자로 전락할 우려까지 제기됐다”고 악시오스에 말했다.

미국 저소득주거연합(NLIHC) 앤드루 오런드 박사는 “미국이 충분히 저렴한 주택 옵션을 제공하는 데 오랫동안 뒤처져 왔고, 전염병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임대료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우려도 있다. 코넬 풀렌캠프 듀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대료는 주택가격과 달리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반영된다. 임대료 인상이 인플레이션 수치에 미치는 영향을 곧 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거비용 증가가 에너지 가격 급등과 맞물리며 겨울 위기설도 제기된다. WSJ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올해 들어 64%, 천연가스 가격은 6개월 만에 2배 상승했다. 난방용 기름도 올해 68% 올랐다”며 “에너지 가격 상승이 미국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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