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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한도 김순옥도 안 먹히네…'스타 작가' 이름값은 옛말

뉴욕모아 0 2 05.10 06:08

'닥터신' 등 시청률 저조…드라마 시장 재편·취향 다변화

시청자 눈높이 높아져…"작가보다 작품 자체 완성도 중요"

이미지 확대
'닥터신' 최종화(16화) 일부

 

안방극장을 호령하던 스타 작가의 드라마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있다.

임성한(필명 피비)이 집필한 TV조선 '닥터신'은 지난 3일 시청률 2.3%(전국기준)로 아쉬움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방영 내내 1%대 시청률에 머물다 최고 시청률로 종영했지만, 같은 채널에서 방영한 자신의 전작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리즈가 거둔 성과에 비하면 초라한 숫자다. 이 시리즈는 2021∼2022년 방영 당시 각각 시즌1 9.7%, 시즌2 16.6%, 시즌3 10.4%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안방극장을 점령하며 편성 1순위를 다투던 스타 작가들이 연이어 고개를 떨구며 한때 굳건했던 '스타 작가=시청률 보증수표' 공식이 깨지고 있다.

시청자 취향이 다양해지고 웹툰·웹소설 등 검증된 지식재산권(IP) 기반 작품이 쏟아지면서, 작가의 이름값만으로 시청자를 TV 앞에 앉혀두는 시대가 저물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정 시청층을 자랑했던 작가들의 부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방영된 김순옥 작가의 청춘물 '사계의 봄'은 굴욕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김순옥 작가가 자신이 이름이 아닌 필명으로 도전한 작품이었으나 0%대 시청률에 머무르며 체면을 구겼다.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펜트하우스' 등을 집필한 그는 청춘물이란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으나 대중의 호응을 얻진 못했다.

이미지 확대김순옥 작가가 필명으로 집필한 SBS 드라마
김순옥 작가가 필명으로 집필한 SBS 드라마 '사계의 봄'

 

대작 장르물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서숙향 작가가 SF 장르에 도전한 '별들에게 물어봐'는 무려 5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되고 이민호, 공효진 등 톱스타들이 대거 캐스팅됐음에도 지난해 1∼2월 방영 당시 시청률 1∼2% 내외를 맴돌았다.

화려한 볼거리와 달리 빈약한 서사로 "제작비가 아깝다"는 혹평 속에 쓸쓸히 종영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드라마 소비 환경과 시청자 취향의 근본적인 변화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과거 지상파 시절에는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설정으로 거실 TV 앞에 시청자를 붙들어야 했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부상으로 그런 미디어 환경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시청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자신만의 기호와 취향이 확실해졌고 이에 부합하지 못하는 작품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역시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에게 선택지가 넓어졌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작가가 아니라 작품 자체의 완성도"라고 강조했다.

이미지 확대드라마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특히 전문가들은 대중이 더 이상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자극적인 소재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 평론가는 "과거의 자극적 설정들이 시각적 임팩트만 줬다면 이제는 문장의 구성력이나 시청자의 감성을 울리는 정교한 서사가 더욱 빛을 발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스타 작가들이 주춤한 빈자리는 원작이 있는 웹툰·웹소설 IP 드라마들이 차지했다.

이미 수많은 독자에게 재미를 검증받은 탄탄한 서사가 오히려 대중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하고 있는 것이다.

하 평론가는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IP는 창작물보다 성공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더 높을 수밖에 없다"며 "제작사 입장에서도 고액 원고료를 지불하며 리스크를 안는 것보다 검증된 IP와의 협업이 훨씬 가성비 높은 전략이 됐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시장에서 대중은 '누가 썼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반응하고 있으며, 시청자의 변화된 호흡에 맞춘 완성도 높은 작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김 평론가는 "'작가주의'를 내세우기보다 제작 시스템 전반과 소통하며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춘 세계관을 구축하는 협업 능력이 작가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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