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실의 인형이길 거부했던 엘리자베트의 삶…영화 '코르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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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의 인형이길 거부했던 엘리자베트의 삶…영화 '코르사주'

운영팀장 0 246 2022.12.1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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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르사주'  © 제공: 연합뉴스


19세기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알려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엘리자베트 황후. 

그는 약 40㎝의 허리둘레를 유지하기 위해 우유, 계란, 얇게 자른 오렌지로 식단을 조절하고, 체조와 승마 등을 하며 매일같이 체중계 위에 올라섰다. 하루에서 1시간가량은 '코르사주'(몸에 꼭 맞는 옷의 허리 부분)를 조이는 데 할애했다.

영화 '코르사주'는 엘리자베트(비키 크리프스 분) 황후의 이야기이지만 매끈하게 그려진 보통의 전기 영화는 아니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마리 크로이처 감독은 나이가 들면서 얼굴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다는 엘리자베트 황후와 관련된 일화에 상상을 입혀 그의 삶을 재해석했다.

영화 속 엘리자베트는 여성들의 허리를 옥죄던 의복의 한 부분을 일컫는 제목 '코르사주'처럼 자신의 숨통을 조여오던 황실의 규율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당신은 제국을 대표하는 얼굴이면 되는 거요. 그래서 당신을 택했고, 그게 당신의 존재 이유요." 15살의 나이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후가 된 엘리자베트는 황실의 인형과 같은 삶을 살기를 강요받지만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태생적으로 자유분방한 기질을 지녔던 그는 궁정 생활에서 오는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깊은 밤 즉흥적으로 말을 타기도, 차가운 새벽 호수에서 헤엄치기도, 왕궁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긴 여행을 가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남편 요제프(플로리안 타이트마이스터) 황제와 부딪히기만 한다.

영국으로 떠난 여행에서 만난 발명가가 찍은 활동사진(움직이는 사진) 속 엘리자베트의 모습은 그가 환자를 위로하기 위해 찾은 병원에 입원한 한 여성과 묘하게 대비를 이룬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드넓은 들판에서 자유롭게 뛰고 소리치는 엘리자베트의 활동사진에는 목소리가 담기지 않았지만, 침대에 사지가 묶인 채 몸부림치는 환자는 큰 목소리로 맘껏 절규한다. 그를 바라보는 엘리자베트의 눈빛에 공감과 부러움이 뒤섞여있는 듯한 이유다.

이번 작품으로 칸영화제를 비롯한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연기상을 거머쥔 비키 크리프스의 연기는 탁월하다. 크로이처 감독에게 엘리자베트 황후를 소재로 한 작품을 해보자고 먼저 제안했다는 그는 엘리자베트 황후의 사라져가는 생기를 건조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냈다.

특히 엔딩 크레디트에 삽입된 그의 모습은 대사 하나 없이 오로지 단순한 몸짓과 표정의 변화만으로 엘리자베트 황후의 복잡한 심경, 더 나아가 영화의 주제 의식을 모두 드러내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크로이처 감독은 "엘리자베트 황후가 끊임없이 맞서야 했던 많은 구속이 오늘날의 여성들에게도 계속해서 강요되고 있다. 2022년의 여성들은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은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지만 동시에 아름답고 날씬하며 젊음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여성은 뭘 해도 이길 수 없고 무언가를 해낸다 해도 자만심에 취했다는 비난을 받는다. 이는 엘리자베트 황후와 같이 대중에게 노출되는 여성들에게 일어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갖는 상징성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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